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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하찮았던 것이 지금 귀하디 귀한 것으로 … 중국 면요리의 변신

때론 모두가 ‘아니다’고 하는 게 옳을 때가 있다. 

모두가 귀하다고 하는 것을 버리고 
하잖다고 하는 것을 취할 때 
천고에 남는 보물이 될 때가 있다. 

 

 

문화가 그렇다. 

유행이라는 게 한때인데, 
모두 유행하던 게 영원할 것이라 착각을 한다. 
지금은 소수 마니아층만 좋아하지만 
때를 잘 타면 
순식간에 
한 시대를 풍미하는 유행이 되기도 한다.

중국 면식이 그랬다. 
지금은 중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됐지만, 
과거 면식은 하층민들이나 먹는 음식이었다. 
한때 면류는 귀족의 접대 상에는 오르지 못하는 음식이었다.  

 

심지어 이런 하층민의 문화를 글로 쓰는 것도 천대했다. 

본래 글, 한자라는 게 하늘의 명을 땅에 새기는 고귀하고 고귀한 것인데 
어찌 하찮은 일을 기록하는 데 쓰랴. 

고대 중국에서 문학이란 것은 당대 진귀하고 희귀한 일을 기록하는 것이지, 
일반적인 상황을 기록하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 어찌 알았으랴. 
당대 흔하고 흔한 것을 글로 남긴 게 
지금은 귀하고 귀한 사료가 될 줄이야.  

 

서진 시대 문인 속석束皙126?~300?도 그랬다. 
그는 당대 유행했던 면식에 대해 문장을 썼다. 
제목이 병부饼赋다. 

병은 밀가루를 말아 만든 작은 빵 모양의 음식이다. 
당대 면 음식에 대한 소개, 제작법 등을 썼다. 
재미있는 게 제목은 병이지만, 그 속에 소개된 면 종류에 병은 나오지 않는다.  

당대 속석이 말한 병은 지금의 병이 아니고, 

면류 음식을 통칭이었을 듯싶다.
어쨌든 이 책은 중국 서진 시대 각종 면 음식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는 소중한 자료다. 

부赋는 중국에서 운문에서 산문으로 
넘어가는 중간에 있는 문체다.

속석은 책에서 면류는 저 멀리 이역에서 전래됐거나, 
민간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고 전하고 있다.

책에서는 봄에는 만두를 먹고, 
여름엔 얇은 면피, 즉 국수는 먹는 게 좋다고 전하고 있다. 
가을에는 전병 같은 종류를 먹고, 
겨울에는 수제비 같은 탕을 먹는 게 좋다고 추천하고 있다.

이 책은 지금 중국에서 면 종류를 연구하는 데 
가장 소중한 자료 가운데 하나다.

그럼 속석은 왜 당대 어울리지 않게 이런 책을 썼을까? 
먼저 우리 네이버 인명사전에도 그에 대한 설명이 있다. 

 

서진(西晉) 양평(陽平) 원성(元城, 하북성 大名) 사람. 자는 광미(廣微)다. 
다문박학(多聞博學)했다. 장화(張華)가 불러 연(掾)으로 삼았고, 
얼마 뒤 적조(賊曹)에 속했다가 좌저작랑(佐著作郞)과 박사(博士) 등을 지냈다. 
『진서(晉書)』의 제기(帝紀)와 십지(十志)를 편찬한 뒤 상서랑(尙書郞)이 되었다. 
조왕(趙王) 사마륜(司馬倫)이 상국(相國)이 되자 기실(記室)로 불려갔다. 
곧바로 사직하고 돌아와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럴 듯해 보인다.
그런데 중국 사료에 따르면,
속석은 그리 높은 신분 출신이 아니었다.  

 

할아버지와 부친이 군수를 지냈다고 한다. 
출신이 아주 좋지 않으면, 본인 정말 열심히 노력하거나 
결혼을 통해 신분을 높여야 했던 게 당대 처세술이었다.

아쉽게도 속석에게 그런 처세술을 발휘할 기회도 없었다. 
형이 있어, 신분 상승을 위해 귀족 집안 딸과 결혼을 했다 이혼을 했기 때문이었다. 
옛 사돈 집안의 위세에 눌려 
형은 물론이고 속석의 출세 길도 막혔던 것이다.

속석은 이에 쉽게 당대 금기시되던 ‘하찮은 일에 대한 글쓰기’도 할 수 있었다고 최근 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역사는 이래서 재미있다.